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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빌딩 각층 논밭으로 활용”
기존 농법의 물리적 한계를 완전히 극복해 단위면적 당 생산성을 기존의 10배 이상 늘릴 수 있는 혁신적 움직임이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모색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수십층짜리 고층건물을 지어 각 층을 논밭으로 활용하는 ‘수직농장(vertical farm)’ 아이디어가 바로 그것.
건물의 층수를 높이기만 하면 얼마든지 농지를 늘릴 수 있는 게 수직농장의 가장 큰 장점이다.100m1/3의 땅에 50층짜리 수직농장을 지을 경우 50배나 넓은 5000m1/3의 농경지를 확보할 수 있다. 국토가 좁은 탓에 식량 자급도(30% 수준)가 낮아 ‘식량주권’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귀가 솔깃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1999년 수직농장 개념을 처음 제안한 미국 컬럼비아대 딕슨 데포미에 교수(공중보건학)는 최근 한국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지금보다 25억명가량 늘어난 90억명 정도가 되는데, 새로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살릴 농지는 남아있지 않다.”며 수직농장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세계 최초로 ‘스카이팜’(58층·74만㎡)이란 이름의 수직농장 건설사업이 진행 중이다. 뉴욕 맨해튼 구(30층)와 우리나라 부천시(건물 옥상 활용)는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獨 “도시민 찾아오는 농촌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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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팅겐 역에서 차로 20분가량 떨어진 야트막한 구릉지대인 ‘윤데(juhnde)마을’에서는 날마다 120㏊ 농지에서 생산된 볏짚, 옥수수단에 400여마리의 소가 만드는 분뇨를 섞어 바이오연료(30㎥)를 생산한다. 이를 통해 지역내 150여가구가 사용하는 양의 2배가 넘는 전기(연간 4000㎿h)와 열(5500㎿h)을 자체 생산한다. 발전을 위해 태워진 유기물은 농지로 돌아가 100% 재활용돼 화학비료를 대체한다.
이곳의 주산물인 벼, 옥수수, 해바라기 등은 대부분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재배된다. 마을의 고유 브랜드로 다른 지역보다 평균 10∼15%가량 비싼 가격으로 유럽 전역에 팔려 나간다. 최근 마을의 청정 이미지에 호감을 느껴 입주하려는 도시 주민들이 늘자 이들을 위해 최근 20여가구의 신규 주택단지를 짓기도 했다. 농촌이라 하면 ‘떠나가는 곳’으로 인식하는 우리 현실과 달리 이 곳은 ‘청정마을’이라는 명분과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실리를 챙기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뉴질랜드 “고액연봉 농업인력 육성”
영국과 비슷한 면적(27만㎢)에 427만여명의 인구를 가진 ‘농업강국’ 뉴질랜드는 지식농정에 기반한 전문농업경영인 육성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수도 웰링턴에서 남서쪽으로 200여㎞ 떨어진 마스터톤 콘월로드의 타라타히티 농업학교.1919년 설립된 뒤 뉴질랜드 농업을 이끌고 있는 지식농 육성의 산실이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16세 소년부터 48세 목장주까지 ‘세계화된 전문농업경영’이란 목표로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구슬땀을 쏟는다.
3년 과정인 이곳에서 학생들은 삽질, 젖소 짜는 법, 농기구 운전 등 농업의 기초이론부터 배운다. 하지만 세계 농산물 가격 변동을 고려한 농장경영회계,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확한 농약 사용을 가르치는 화학수업 등 다양한 전문 커리큘럼까지 성공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이처럼 에너지 및 기후변화 위기와 맞물려 나타나는 농업 위기를 친환경·혁신성·고부가가치 추구를 통해 극복하려는 선진국들의 ‘신 녹색혁명’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괴팅겐 대학에서 교편을 잡다 2005년부터 독일 윤데마을을 관리 중인 에카르트 팡마이어는 “값싼 화석연료와 화학비료, 농약에 기반한 현 농업의 위기는 수십년 전부터 대두됐다.”면서 “인류 식량난 해결의 관건은 친환경성과 창의성에 기반한 새로운 농업모델의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미래생활부 박건승부장(팀장)·박상숙·오상도·류지영·박건형·정현용기자, 도쿄 박홍기 특파원, 사회부 홍지민기자, 국제부 안동환·이재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