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우리말

고수레(방언 고시레)

keesan 2013. 6. 23. 18:55

 

고수레란 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조금 떼어 '고수레' 하고 외치며 허공에 던지는 신앙적 행위를 말하는데, 이 관습은 충남 당진 (또는 경북 안동)의 한 시골 농부가 논에서 식사를 할 때 죽은 고씨 노인의 묘를 향해 첫술 밥을 던진 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옛날 충청도 당진 땅에 고씨라는 노파가 살았는데, 워낙 가난하여 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호의로 끼니를 이어가며 연명하였습니다. 얼마 후 기력이 다한 노파는 들에서 쓰러져 죽었고, 죽은 며칠 후 마을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그 들이 바라다 보이는 건너편 산허리에 묻혔습니다.

그 후 한 마을에 살던 전 서방이 논두렁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첫술을 드는 순간 눈 앞 산허리에 고씨네 무덤이 보이는지라, "고씨네" 하고 묘를 향해 허공에 던져 그의 혼을 위로하였습니다. 이 때문인지 전 서방네 농사는 다른 해보다 갑절은 잘 되었고,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마을 사람들은 논이나 밭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먼저 "고씨네" 하고 첫술을 던졌는데, 그렇게 한 사람들은 모두 풍년이 들었다 하며, 그 뒤로 이 행위가 전국에 퍼졌습니다. 고씨 무덤을 향한 고수레 행위는, 그 후 고수레를 하지 않고 음식을 먹으면 반드시 체하거나 혹은 재앙을 받게 된다는 속신으로 의미가 변이되었고, "고수레!" 는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말이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