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깊어가면서도 가을을 기다리게 되는 요즘 아파트 단지나 오래된 정자 주변에서 간혹 산뜻한 진분홍색 혹은 흰색의 꽃을 피우는 꽃나무를 볼 수 있다. 라일락 같기도 한데, 자세히 보면 레이스같은 작은 꽃잎이 라일락의 것은 아니다. 바로 목백일홍이라 불리는 배롱나무(Lagerstroemia indica)이다.
백일홍은 두 가지가 있다. 화단에 심는 초본성과 나무에 꽃을 피우는 목본성이 그것이다. 두 식물은 사실 식물학적으로 전혀 다르다. 백일홍은 국화과에 속하는 초본성이고, 목백일홍은 부처꽃과에 속하는 목본성이다. 모습을 보아도 두 식물이 왜 같은 이름을 가졌는지 이상할 정도이다. 그것은 꽃철이 한여름 100일 이상 간다는 공통점 때문인 것 같다. 두 식물 모두 작은꽃들이 차례로 피고 지면서 100일 동안 꽃핀다. 이 꽃이 지면 가을이 오고, 그래서 목백일홍의 꽃말이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인가 보다.
배롱나무는 중국 원산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지는 않는다. 즉, 심어서 가꾸어야 자라는 나무이다. 그런데도 옛 건물이나 산소 주변을 보면 오래전부터 배롱나무가 심어진 흔적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또 부산직할시에는 800년 된 배롱나무가 천연기념물 제 168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참고로 배롱나무는 경상남도의 도화(道花)이다. 옛부터 선비들이 풍류를 읊는 곳에 이 나무 한그루 쯤은 있었다고 하니, 그것은 짙푸른 녹음 중 피어나는 고운 꽃색의 아름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자생하지는 않지만, 옛부터 사랑을 받아온 꽃나무이다.
그래서 배롱나무는 무궁화,협죽도와 함께 우리나라의 여름을 대표하는 3대꽃나 무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