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움트는 봄의 길목이다. 어릴 적 이맘 때면 식목행사에 동원돼 산과 들로 어린 나무를 심던 기억과 남녀 학생 가릴 것 없이 송충이 잡으러 간다고 통조림 캔과 나무젓가락 들고 돌아다니던 추억 등이 생생하다. 지금은 초등학교 시절 집 주변에 심었던 미루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있는 것을 보면 더없이 행복할 수가 없다. 최근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식목일 행사가 앞당겨 진행되고 있다. 갈수록 나무의 발아·개화시기가 빨라지면서 3월 중순 나무심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온실효과 등 인간의 개발 욕심으로 빚어진 급격한 환경변화가 식목일까지 바꾸게 하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0.74℃ 상승했다. 하지만 이같은 미세한 온도 변화에 지금 전 세계는 엄청난 변화와 피해를 겪고 있다. 지난해 5월 유엔 산하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3차 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막는데 주어진 시간은 8년뿐”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온실가스다. 온실가스가 대기층에서 온실의 유리처럼 지구를 에워싸 지구를 뜨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한다. 또 다른 좋은 방법은 ‘온실가스 먹는 하마’인 나무를 심는 일이다.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등을 지칭하는데 이 중 이산화탄소가 절반이 넘는 55%를 차지한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나무는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나무가 생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기 중에 있던 온실가스가 나무로 옮겨져 저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연간 가구당 0.56탄소톤, 자동차 1대당 2.15탄소톤 등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숲 1㏊는 연간 1.98탄소톤의 온실가스를 흡수한다. 지난 2005년 기준 국내 전체 산림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 순 흡수량은 3천700만탄소톤인데, 이는 국내 가정에서 배출한 총 온실가스의 75%에 해당되는 막대한 양이다. 나무는 이밖에도 대기온도조절, 산소공급, 수질개선, 먼지흡착, 소음감소 등 우리 삶에 무수히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66조원에 이른다. 국민 1인당 숲으로부터 연간 136만원의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선 “사람이 한평생 반드시 해야 할 세가지 일로 한그루의 나무심기, 한권의 책 쓰기, 자식 갖기”라는 격언이 있다. 바야흐로 나무 심는 계절이다. 국민 한사람이 각자가 생활하면서 배출한 온실가스를 흡수하기 위해선 평생 978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올 봄 인생의 첫번째 목표도 이루고 지구온난화의 주범 온실가스를 잡기 위해 내집과 내직장에 한그루의 나무를 심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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