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팔번"이라는 말은 그 사람이 가진 레퍼터리 중의 으뜸을 가리키면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사실은 일본말인 "주하치반"(十八番)에서 온 것이라는 것을 알면, 도도해진 기분이 깨질 만큼 야릇한 마음이 안들런지?
일본의 에도(江戶) 전기의 "가부키"(歌舞伎) 배우에 이치카와 단주로(市川團十郞) 1세라는 사람이 있었다. 무대 위에서 원한 품은 한 자객(刺客)의 칼에 맞아 죽은, 하여간 그 당시의 대표적 배우였다. 이치카와 9세까지 내려오는 동안 그 집안에 전해져 오는 열여덟 가지의 내로라 하는 교겐(狂言 : 서민의 일상 생활에서 제재를 딴 얘기로서의 희극)을 일러 "주하치반"이라 했다(2세에서 대부분 완성). 여기서 일본 사람들이 "가장 장기로 하는 예(藝)"를 이르게 된 것이 그대로 우리에게 심어져, "가장 자랑으로 여기는 것이나 일"(「국어대사전」)의 뜻으로 되었다